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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경제이슈

2024년 트위치 한국시장 철수하는 이유 (아프리카TV 치지직 대결)

by 워렌 슈핏 2023. 12. 20.
더스쿠프 2023년 12월 576호를 읽고 개인적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트위치


트위치는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아프리카TV와 비슷한데, 규모는 훨씬 거대하다.

트위치는 2014년 아마존에 인수되어 아마존의 자회사이자 게임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글로벌 1위로 뽑힌다.

2017년도부터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트위치는 6년 동안 2030세대가 즐기는 하나의 인터넷 생태계로 자리를 잡았다.

트윅시트, 한국을 떠나는 트위치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트위치가 내년 2월에 한국을 떠난다. 트윅시트는 트위치가 한국을 떠난다는 의미로, Twitch + Exit의 합성어다. 트위치가 철수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10배나 비싼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위치는 2024년 2월 27일부로 한국에서 사업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한국에서 현저한 손실을 안고 힘겹게 운영을 진행했으나, 운영을 지속해 나갈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 댈 클랜시 트위치CEO

전문 : https://n.lrl.kr/9h56bI

트위치CEO가 언급한 네트워크 수수료는 망 사용료를 말한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 같은 제공사업자(CP)가 이통 3사 같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ISP)의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이다. 이 비용이 너무 커서 부담이 되니 철수를 하겠다는 거다.  

이미 트위치는 망 사용료가 부담스럽다고 동영상 최대 화질도 낮추고 VOD 다시 보기 서비스 지원을 종료했는데도, 이마저도 못하겠다고 백기를 든 셈이다.

트위치 스트리머나 유저들의 빡침은 자연스레 이통 3사에게 향했다. 안 그래도 5G 서비스로 인식이 좋지 않은데, 무려 10배나 망 사용료를 부과해서 철수하게 만든 악당으로 몰아넣었다.

근데 10배 비싸다는 말은 사실일까?

현재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들 간의 영업비밀이라서 수치를 밝힐 수 없다고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글로벌 기업이 국내기업보다 낮은 망 사용료를 내는 게 공공연한 업계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한국의 망 사용료가 비쌀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접속료만 내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이외에도 트래픽 발생량에 따라 요금(망 사용료)을 더 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수료 때문에 떠난다는 말이 사실일까?

트윅시트의 결정적인 원인이 '망 사용료' 때문인지는 더 따져봐야 할 문제다. 트위치의 수익 구조를 확인해 보자.

1. 허술한 수익 구조
아프리카TV는 별풍선을 쏘면 그중 수수료(20~30%)를 플랫폼이 먹는다. 트위치에도 비슷한 도네이션(비트)이 있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다.

트위치는 트윕이나 투네이션 등 외부업체를 통해 스트리머에게 후원이 가능한데, 국내에선 서드파티 후원이 압도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트위치의 비트로만 도네를 받았다면 결제 수수료와 세금 등을 제하고 약 30%를 챙겨가므로 수익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또한 트위치의 주 수입원은 '광고'인데 유튜브처럼 규모가 크진 않다든 것도 문제였다. 트위치가 수익 모델을 고도화했거나 트래픽 부담을 완화시킬 방안을 썼다면 적자를 충분히 메웠겠지만, 그렇게 공들일 만큼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었던 것.

아프리카TV는 올 3분기까지 매출 2472억 원,  영업이익 639억 원을 벌어들였다. 아프리카TV는 망 사용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유저 PC와 트래픽 부담을 나누는 '그리드 방식 P2P 시스템'을 도입하고 망 사용료 부담을 뛰어넘을 만큼의 수익을 냈지만, 트위치는 그러지 못했다.

2. 아마존닷컴 미진출로 시너지 효과 적음
트위치는 아마존의 자회사다.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면 트위치의 유료 멤버십 '트위치 프라임'에도 자동가입된다. 아마존 생테계 속에서 번들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마존닷컴이 진출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한 한국인도 많지 않아서 트위치가 한국에서 번들이나 미끼상품으로도 활약하기 어렵다.

아마존 본사는 경기 침체 상황이 맞물리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당장 이커머스로  확장하기 어려운 한국에서 적자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

이렇듯 트위치가 철수하는 데엔 좀 더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을 것이고, 트위치 철수의 진짜 이유는 망 사용료 탓에 못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싶지 않았다는 게 더 합리적이다.

왜 트위치만 철수하는 거지?

이런 궁금증이 들 수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서비스를 하는데 왜 트위치만 철수하는 거지?

이 회사들은 조건이 다르다. 먼저 구글은 통신사를 통해 구글에 접속하는 트래픽을 절감하기 위해, 통신사들 ISP에 구글 글로벌 캐시와 넷플릭스의 오픈 커넥트 OCA를 설치해줘서 낮은 지연 속도를 유지하며 망 사용료 비용도 피할 수 있다.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통신사가 구글과 넷플릭스에 비해 비교적 을의 관계에 있기에 협상이 가능했을 것이다. 구글은 사실상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통 3사의 입장

쏟아지는 비난에 이통 3사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프리카TV도 동일한 환경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망 사용료 탓만 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으며, 자신들의 사업 실패 책임을 네트워크 비용에 전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망 사용료 관련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작년에 글로벌 빅테크와 '망 사용료' 논쟁을 벌일 때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트위치CEO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그만이다. 이통사도 망 구축비용과 사용료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도록 여론에 공개할 건 공개해야 한다.

이통 3사가 지금처럼 망 사용료의 산정 기준과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면, 누구도 수긍할 만한 결론을 내기 어렵다.

트윅시트 나비효과, 찾아온 절호의 찬스

트위치 서비스 종료로 스트리밍 경쟁업체들은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트위치를 보는 시청자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트위치트래커 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어 트위치 시청자는 일주일 평균 14만여 명으로, 글로벌 시청자의 5.7%를 차지했다. 이는 트위치가 진출한 220여 개 국가 중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트윅시트가 알려진 후 아프리카TV 주가가 폭등했다.


지난 12월 5일 64,200원이던 주가가 6일 83,400원으로 29.9%나 폭등했다. 트위치의 빈자리를 아프리카TV가 꿰찰 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후보 1. 아프리카TV
아프리카TV는 인지도가 매우 높고 대중적이다. 트위치와 함께 라이브 스트리밍 산업을 양분해 온 대중적인 플랫폼이므로, 트위치가 철수하면 이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전할 만하다.

다만, 아프리카TV와 트위치의 UI가 너무 달라서 낯설고, 방송 문화가 다르다는 단점이 있다. 아프리카TV는 별풍선을 쏘면서 후원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반면, 트위치는 후원보다는 자유롭게 방송하는 문화가 크기 때문이다.

후보 2. 네이버 치지직
네이버의 게임 실시간 중계플랫폼 '치지직'이 정식 론칭되는 시점이 트위치가 한국 철수하는 날과 동일하게 2월 27일이다. (와우👏)

트위치의 자리를 꿰차기 위해 치지직의 UI는 트위치와 매우 비슷하고, 트위치의 이용자들 대부분이 이미 네이버 생태계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유리하다.


우왁굳, 동수칸, 풍월량 등 인기 스트리머는 네이버 팬카페로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으며 양띵, 다주, 삼식 등 인기 스트리머가 모인 양띵크루는 치지직으로 이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이용한 도네를 염두하고 있는데, 이는 나같이 아프리카TV에 접점 없는 이용자들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강점이 된다.

우려스러운 건 네이버는 치지직에서 방송하는 스트리머에게 빡빡한 조건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브랜드 평판 관리가 매우 중요하고, 이는 제약이 적고 자유로움이 매력인 트위치의 강점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트위치의 자리를 누가 대체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